얼마전 방 구석 한켠에 쌓여있던 짐들을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뽀얗게 쌓인 먼지와 사투를 벌이며 물건을 하나씩 들추어 보았다. 오랜시간 동안 쌓였던 기억을 더듬어보듯이, 물건을 하나씩 들출 때마다 예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손끝이 물건에 스칠 때마다 기억의 한 조각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과거로 돌아가 그 때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때 낯선 물건 하나를 발견하였다. 빈틈 투성이, 완벽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은 퍼즐이었다. 군데군데 비어있는 다 채워지지 않은 퍼즐의 모습은 아직은 부족하고 빈틈 투성이인 나를 보는 듯 했다.
누군가는 말한다. "세상의 완벽한 사람은 없다"라고, 여전히 그 믿음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씩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내가 아직은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한거라 단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의심의 눈초리가 커져갈 무렵, 글또라는 퍼즐 한조각이 내게 찾아왔다. 비어 있는 한 구석에 알맞게 채워 넣으라는 듯, 반성과 탄성을 동시에 지닌 작지만 열정으로 응축된 한 덩어리를 가지고 말이다.
맞춰진, 그리고 맞출 글또라는 퍼즐 한 조각, 어땠고 어떠할까?
글또라는 퍼즐 한 조각
"세상의 사람은 많고, 그들의 생각은 다르기 때문에, 생각의 폭을 늘리기 위해 그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만약 글또 커뮤니티 운영진과 면접에서 "지원 동기"에 대한 질문을 물어 보았다면, 위와 같이 대답을 했을 것이다. 물론 글의 대한 관심과 욕심도 지대하게 높지만, 좋은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과 많은 것들 보고, 듣고, 말하는 일련의 반복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누군가에 의해 도출될 수도 있고, 깊게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 가진 힘보다 더 많은 것을 들어올리는 지렛대처럼 누군가의 생각을 지렛대로 활용해 저 멀리 있던 의문의 섬을 조금 더 빨리 갈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글 쓰는 개발자 모임, 글또
글또는 3가지의 비전을 가지고 운영된다.
1. 글을 작성하는 개발 직군들이 모여서, 좋은 영향을 주고 서로 같이 자랄 수 있는 커뮤니티
2. 개발자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3. 각자의 직군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을 토대로 글쓰기 진행, 부가적으로 삶의 철학, 여러 고민을 나누는 커뮤니티
개발자의 개인의 성장에 포커싱을 맞추는 것이 아닌, 함께 성장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에 비중을 둔 글또가 가지고 있는 힘은 거인의 어깨 정상에 깃발을 꽂고,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는 낭만과 같지 않을까 생각했다.
글또 OT의 참석을 했을 때 3가지의 비전을 내세운 이유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는데, 여러 이야기들 중 가장 공감이 갔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계속 레거시가 된다. 혼자가 아닌 같이 공유하고 성장하는 것의 가치가 크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다른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공유하고 융합했을 때, 생각한 것 보다 더 커다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나로서는 너무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그런 황홀한 경험을 글또를 통해 다시 한번 할 수 있을거라 생각을 하니, 이번 6개월간의 성장이 무척이나 기다려졌다.
지금까지 맞춰보았던 퍼즐 조각들
이번 활동 기수는 10기지만, 사실 난 저번 기수인 9기에도 활동을 하였다. 9기때 느꼈던 좋은 경험들이 모여 10기를 지원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활동을 병행하며 참여할 수 있는 글또에서 조금 더 다양하고 새로운 활동들에 참여하지 못함에 아쉬움도 있지만, 재밌고 즐겁게 활동했던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지금,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나열해보려고 한다.
글쓰기
글또에서 가장 메인이 되는 활동이다. 격주마다 하나의 글을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 발행을 해야한다. 커뮤니티에 활동하는 분들께 제출한 글의 피드백도 받아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9기에서는 약 5개월간 활동했으니 그 기간동안 12개의 글을 작성하고 발행하였다. 글의 짜임새와 물 흐르듯이 잘 읽히는 가독성에 대한 고민을 품고 매번 글을 작성하였는데, 글또에서 발행한 1번째 글과 마지막 글을 살펴 보았을 때 5개월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격주에 한 번씩 글을 제출해야 하니 벼락치기를 잘 못하는 나로서는 잠깐 시간의 공백이 생길 때 (10분, 20분) 틈틈히 글을 써야했다. 처음에는 글의 첫 문장을 떼는 것도 힘들었지만, 습관적으로 반복하다보니 글의 단락을 완성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꾸준함의 힘을 지대로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도 소중한 경험 중 하나였다. 글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의 절충점을 포용하는 실력, 타인의 생각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 여러 의견을 받아 조금은 갖혀있던 글을 전개하는 방식의 족쇄를 풀어나가는 시간 또한 값진 경험이었다. 정성스럽게 달아주신 여러 의견들은 글을 쓸 때마다 참고할 수 있는 나의 소중한 사전이 되었다.
커피챗
글또 활동을 하기 전 글쓰기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목표 중 하나였다. 많은 사람들과 치열한 고민을 통해 올바른 성장의 소스를 함께 찾아보는 것, 커피를 곁들이면서.. 본래 사람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던 나는 이런 커뮤니티가 가지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보고 싶었다. 어색한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대화의 본질적인 핵심의 귀 기울이는 올바른 방법을 함께 찾아가고 싶었다.
글또 9기를 활동하는 동안 5회 이상의 커피챗을 진행하였고, 개발 이외의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삶에 대한 소개와 인생을 마주하는 본인의 방법 등 인간으로서 나눌 수 있는 이상의 가치를 서로가 탐독하고, 공감하는 시간은 내게 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이상의 것이었다. 하나의 조그마한 목소리가 커다란 울림을 주는 경험을 해보고, 무심코 던진 하나의 문장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렛대의 역할을 하는 등, 챗바퀴 처럼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일상의 윤활유를 부어 뻑뻑했던 곳곳의 순간들을 조금은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크고 작은 오프라인 모임
글또는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관련 시장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하지만, 오로지 개발이란 주제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내가 느꼈던 글또는 사람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취미, 특기, 흥미, 관심사 등 그 순간의 감정을 공유함으로서 성장하고, 생각함으로서 나아가던 길을 뒤 돌아보며 반성하는 그런 장을 만들어 주는 곳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크고 작은 오프라인 모임들이 상당했다.
주로 활동했던 소모임은 달리기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던 "달리또"와 글 제출에 있어 방어책을 세워면서도 호기롭게 시작했던 "패스없또"였다. 물론 같은 지역 구들끼리 모임을 갖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은평또", 초록색을 좋아해 캠핑을 시작하면서 캠핑 장비에 정보를 얻기 위해 참가했던 "캠핑또" 등 다른 여러 소모임들도 활동을 하였지만, 우선순위가 높지는 않았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보니 서로간의 대화가 물 흐르듯 유연하게 흘러갔고, 대화의 티키타카가 날로 발전하다보니 과감한 질문들도 서슴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즐거웠고 알찬 오프라인 모임을 꼽으라면, "프론트 빌리지 반상회"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약 100명(?)에 가까운 대규모 인원이 컨퍼런스가 아닌 네트워킹 목적으로 모여 각 회사에서 일을 하며 느끼는 고민, 프론트 개발자의 미래, 그리고 업무에 대한 경험 공유 등 같은 직무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이 비어있는 공간의 풍성함을 채웠다. 3시간 정도 진행이 되었지만, 그 이상의 것들을 인생의 장바구니에 담아갈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여전히 남아있는 퍼즐 조각들
9기를 넘어 10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요즘, 9기에서 달성하지 못했던 또는 생각지 못했던 목표를 이 글을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머리속으로만 생각하는 것보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10기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퍼트리고, 마음가짐을 다잡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아직 채워지지 않은 퍼즐 조각들에 대해 하나씩 말씀드려보려 한다.
아직은 해매고 있는 나 톺아보기
20대 후반,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관뒀다. 영업관리자로 첫 번째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매일 다른 가면을 써가며 출근을 했던 모습이 안쓰럽다 못해 불쌍했다. "나라는 존재가 가면에 종속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던 것 같다.
30대 초반, 나는 개발자로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누군가가 "무슨 일 하세요?" 라고 물어보면, "저 개발하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하고 싶어 절실하게 발버둥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주변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옷을 입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결국 개발자가 되었다.
약 3년정도 프론트 개발자의 길을 걸었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비전공자라는 꼬리표를 싹둑 자를 수 없기에, 퇴근 후 온전한 모든 시간을 개발 공부에 쏟았다. 그렇게 3년 정도 하다보니 내 몸에 체득된 개발 공부라는 습관은 어느새 뗄 수 없는 내 친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성장하려고 하는 무리(동아리, 사이드프로젝트 대원들)들과 함께 하다보니 힘듦보다는 안 쓰던 근육을 썼을 때 찾아오는 근육통 정도의 기분 좋은 아픔이 더 컸다.
현재, 나는 약 4년정도 프론트 개발자로의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지금도 같은 마음으로 개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아니요,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 선택의 옳음은 존재하지 않고, 그 선택이 옳다고 생각하는 믿음은 존재한다고 했을 때,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이후에도 같은 길일지에 대한 믿은은 미지수다. 나 자신과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갖는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의문 투성이인 질문들은 길을 잃고 떠도는 가여운 길 고양이처럼 내일, 이 길에 대한 믿음을 걱정하기일수다.
개발 공부에만 100% 투자했던 지난 3년간의 나날은 내게는 너무나 중요했기에, 앞으로 남아 있는 삶의 올바른 선택의 믿음을 가져가는 것은 더 중요한 숙제 중 하나이다. 그런 숙제를 이번 글또 10기를 통해 풀어보고 싶다. 수학의 정답을 추론하기 위한 식이 모두 다르듯이,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여, 10기 멤버들의 의견과 생각을 귀 기울여 경청하는 6개월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시간 분배를 효율적으로 하여, 더 많은 참여를 해내고 싶은 이번 활동은 앞으로 삶의 터닝포인트로 첫 걸음이 될 것 같다.
그 많던 2조각 퍼즐은 올바른 자리에 놓였을까?
어떤 영화는 아름다운 결말이 있는 반면, 어떤 영화는 청중의 생각에 맡기는 열린 결말으로 전개될 때가 있다. 열린 결말일 수록 청중의 생각은 다양하게 펼쳐지고, 그 이후를 상상 하게 된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2조각의 퍼즐 조각은 열린 결말에 대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글또라는 청중들의 생각과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의 생각이 만들어 가는 내 삶의 퍼즐 조각들은 어떻게 전개될까?
글또 활동이 끝나는 시점, 여전히 열린 결말일지, 아름다운 결말일지에 대한 글을 남겨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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